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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불교 고승연구의 흐름과 성찰 • 289
볼 수 있는 설화적 요소를 사실적 요소로 전환시키는데 기여했다.
한편 한국근현대불교사에서 고승연구는 1990년 중반에 와서야 시작
된 만큼 인물의 충분한 발굴이나 연구방법론이 미흡하다. 비록 근현대
불교사에 대한 관심이 전통시대의 그것만큼이나 활발하지 못했고, 친
일잔재와 같은 민감한 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어 연구가 늦어졌지만, 한
국불교사 연구의 균형과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연구 환경
이 마련되어야 한다.
근현대불교사 연구는 현대와 직접 연결되어 있고, 고승연구 또한 불
교사 연구의 핵심인 만큼 소홀히 생각해서는 않된다. 특히 고승들의 사
상과 수행은 근대불교의 교육·포교·불교문화 등을 이해하는 근간이다.
더욱이 근대불교는 현대불교의 본질과 원리를 이해하고, 현대불교의 모
순과 한계를 지적하고 치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근현대
불교의 고승들 또한 불교전통의 명맥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독자적인 사
상이나 수행법을 터득하고 유통시켜 대중화시키고자 하였다. 특히 이
시기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친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불교정화운동이
전개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불교사에서 조선시대만큼이나 대내
외적인 혼란과 격동의 세월이었다. 특히 전통과 근대가 엇갈리고, 침략
과 억압은 정체성 단절의 위기를 겪기도 했다. 동시대의 고승들은 불교
계와 전통문화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불교전통을 계승하기도 했지만,
개혁하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서구의 근대를 맹목적으로
닮아가지 않기 위해 진력했다고 하지만, 송두리째 덜어내지 않고서 개
혁이 될리 없다. 여하튼 모순과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