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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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 『퇴옹학보』 제17집



            Ⅴ. 맺음말: 퇴옹성철의 중도이해




               그렇다면 퇴옹성철의 중도해석은 몇몇 현대학자들의 그에 대한 비판

            에서 나타나듯이 일본불교학의 그림자에 불과했을까? 우이 하쿠주(宇

            井伯壽), 다카쿠스 준지로(高楠順次郞), 키무라 타이켄(木村泰賢) 등과 같은
            당시 일본의 불교학자들이 일본의 식민주의를 옹호하고 군국주의에 동

            참했다고 해서 퇴옹성철의 업적 또한 그러한 선상에서 매도되어야 할
            까? 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근대 일본불교학계의 근본불교에 대한 탐구가 서구의 문헌학적 방법

            론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학문적 발전을 이끌었으며
            불교학을 새로운 차원으로 성장시킨 것에는 의심이 없다. 하지만 이들

            의 근본불교에 대한 탐구와 부처님의 깨달음의 본질에 대한 연구는 과
            거 회기적인(retrospective) 것에 머무르는 경향이 많았고, 연기법의 공시

            성 또는 시간성 문제나 여래장사상은 불교가 아니라는 주장 등에서 보

            이듯이 논쟁을 위한 논쟁의 성격이 강한 측면들이 나타난다.
               퇴옹성철은 일본 불교학계의 근본불교 탐구에 대한 학문적인 성과를

            받아들이고, 중도를 핵심적인 불교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결과를 과거 회기적인(retrospective) 것에서 멈춘 것이 아니
            었다. 그는 당시 한국불교가 직면했었던 한국불교의 정체성 문제에 이

            를 적용했고 사실상 이를 통해서 한국불교의 정체성 문제를 극복하려

            했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 당시 불교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퇴옹성철의
            독자성이 있고, 바로 여기에 퇴옹성철의 시대를 넘어서는 안목과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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