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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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 • 『퇴옹학보』 제18집
제1편 조선 교개(敎界)의 개관
제1장 삼국시대 및 고려시대의 불교 (1쪽)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해지고 이어 조선과 일본으로 동양문화
에 공헌한 위대한 공적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불교가 처음으로 조선으로 전래 된 것은 고구려 소수림왕 2년, 지금
으로부터 1,50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조선은 소위 삼국시대로 고구
려, 백제, 신라 3국이 정립(鼎立)하고, 삼국의 왕은 중국의 책명을 받들
어 조공의 예를 갖춘 시대였다. 그 이전의 시대, 즉 기자조선과 위만조선
시대에도 이미 유교가 전해졌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공식적인 유교
수용이라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고구려가 국경에 가까운 까닭
에 유교는 사람들 간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유교에
서 말하는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여 선왕의 덕을 기린다’는 것은 무
미건조한 일로, 불교의 힘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불교는 장엄하고 미묘한
이치에 건축, 회화, 조각, 직물, 철조(鐵造) 등의 진보한 기술과 함께, 특히
당시 승려가 일종의 신비적인 설술(說述)로 상하[임금과 백성]의 마음을 관
통하였기에 빠른 속도로 백제, 신라에 수용되고 조선 전역에 전파되었
고, 머잖아 조선의 국교가 될 조짐도 보이기 시작했다. 백제왕이 백제보
다 조금 늦게 전파된 신라의 불교가 백제를 능가하는 힘을 보이는 것을
많이 걱정하여, 중국에 승려를 보내어 불교를 배우게 하고 신라와 포교
상으로 경쟁하기도 하였다. 또한, 백제의 성명왕이 일본에 불교를 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