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1 - 퇴옹학보 제18집

『조선개교50년지(朝鮮開敎五十年誌)』 번역 • 281

15)
교리에서 이르기를 ‘범채(梵采) 를 장황(張皇)하게 하면 요사스러운
이변을 누를 수 있다.’라고 하므로, 향(香)을 계속하여 내려주었고
16)
공억(供億) 을 매우 많이 했으나 천재지괴(天災地怪)가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교리에서 이르기를 ‘우리가 복
을 빌면 능히 사람들을 장수하게 할 수 있다.’라고 하여 엄청난 돈
을 아낌없이 사용하였는데 100살까지 사는 효능을 볼 수 없었습니
다. 교리에서 이르기를 ‘우리가 인도하는 대로 따르면 지옥(地獄)을
17)
부수고 낙토(樂土) 에 태어난다.’라고 하지만, 죽었다가 다시 태어
난 사람이 없으니――선왕의 법을 따른다고 해도 오히려 없애거나
더해야 할 것이 있을 텐데 하물며 이 세상을 그릇되게 만드는 매우

괴이한 것을 더 좋아해서 축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찌하여 탑
을 쌓는 공사에 농민이 노동해야 하며 선승(禪僧)을 부양하는 데 돈
과 곡식을 소모해야 합니까? 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아랫사람이
필시 더 심하게 좋아하게 되는 법이니, 우리 백성이 점점 석씨에게
18)
빨려 들어가서 항산(恒産) 을 버리고 군부(君父)를 배반할까 두렵습
19)
니다. 교리에 이르기를 음사(淫祀) 또한 괴이함이 심한 것인데, 삼
대 이후 정도(正道)가 행해지지 않자 천하 사람들이 서로 귀신을 두
려워하고 요사스러운 것에 현혹되었습니다. 백성들이 사(祀)에 빠

져버리면서 부모의 신(神)을 풀숲에 버리고 이름도 없는 귀신에게
아첨하면서 섬기고 있습니다. 아아! 신(神)은 예(禮)에 맞지 않는 제
사는 받지 않는데, 어떻게 그들로 하여금 감격(感格)하게 할 수 있겠

15) 불사(佛事)를 달리 이르는 말.
16) 가난한 자에게 베풀어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
17)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땅. 낙원.
18) 일정하고 안정된 재산·생업(生業).
19) 부정 귀신을 믿고 모시고 제사를 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