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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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 『퇴옹학보』 제18집



            Ⅰ. 문제 제기




               성철과 승조는 우선 그 활동 시기가 너무 다를 뿐 아니라 삶의 길이

            도 굉장히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그들을 비교하는 것이 사실 무리는 아

            닌가 하는 질문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승조는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중
            384 -414 동안, 성철은 근현대 한국에서 1912-1993 동안 생존하는데,

            승조는 아주 젊은 나이에 죽은 것으로 기록되고, 성철은 비교적 장수했

            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승조가 성철만큼 오래 살았다면 그 사상 전개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면서, 고대시대의 승조와 현대

            시대의 성철이라는 굉장히 다른 시기의 사상을 비교한다는 것이 괜찮
            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23세에 요절했으면서도 중국 위진 현

            학사상의 大家로 인정받는 왕필 같은 경우도 있음을 고려할 때, 인간의

            사상을 단지 물리적 수명의 문제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
            고 아무리 시대와 상황이 달라도 어떤 배경 속에서 각각 어떻게 서로 다

            른 사상적 대응을 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현재 우리들의 대응에 시사점
            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승조와 성철의 비교에서 우선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모두 승려로

            서 불교 사상, 그 중에도 특히 중도를 핵심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동일하
            다. 그리고 자신들이 믿는 그 사상을 위한 연구나 실천 면에서 치열함을

            보여준 것도 공통점이다.

               반면에 그들은 중도 실현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
            로 다른 관점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들이 처한 시대와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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