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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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을 무소속으로 살아온 주제에, 치열한 자리다툼에
대해 말할 자격이 나에겐 없다. 그러나 요즘 학교와 종단에
서 자리를 놓고 다투는 모습은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회사에서의 자리는 밥줄이 걸린 문제니까 그렇다 치고,
생존 문제가 아닌 감투경쟁에도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는 것
을 보면 거기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쟁
취했을 때의 승리감, 타인의 주목을 받는 우쭐함, 지위에 주
어지는 특혜, 좌지우지하는 권세의 맛이 있다. 학교 때 기억
에, 선생님이 줄반장에게 떠드는 사람 이름 적어놓으라고 하
면, 줄반장은 이름 적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애들을 야단치면
서 조용히 하도록 시켰다. 한번 완장을 차면 휘두르는 것이
자리의 속성인가 보다.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부장님이 부하직원들의 술자리 안
주감이 된다. 그 많은 부장님들이 처음부터 술자리 안주감
이 되려고 작정하고 입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격이 그리
나쁘지 않더라도, 아랫사람에게 직장상사는 편치 않은 존재
다. 통솔하는 것이 임무이다 보니 지위 자체가 주는 불편함
이 있는 것이다. 나도 짧은 직장생활에서 느꼈던 바가 있다.
한번은 보스에게 따질 일이 있어서 맘을 단단히 먹고 찾
아간 적이 있었다. 보자마자 “오늘은 계급장 떼고 붙자.”고
했더니 1초도 안 돼서 돌아온 답이 “내가 왜?”였다. 아차, 싶
었다. 나는 김근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보스 또한 노무현이
아니라는 걸 생각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급 사과를 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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