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5년 7월호 Vol.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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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유명합니다. 혜가 스님은 어려서 명문가에서 태어나                                                                팔을 내리쳤습니다. 이 광경이

          유교의 『사서삼경』을 읽고, 『노자』・『장자』까지 섭렵하였으                                                              그 유명한 ‘혜가 대사의 구법
          나 마음이 늘 초조하고 불안하였습니다. 마침내 불경을 보                                                                단비 (求法斷臂) 이야기’입니다.
          고는 마음에 와 닿아 출가합니다. 하지만, 부처님 경전을 볼                                                                한 수행자가 대사의 법문을
          때는 너무나 신심이 나고 기뻤지만, 경전을 덮고 일상생활을                                                               청하기 위해 팔을 끊었다는
          하면 여전히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였습니다. 주변에서는                                                                 말을 듣자 달마 대사는 드디

          아무도 이 불안한 마음을 해결해 줄 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                                                               어 기다리던 구도자가 나타났
          다. 그 무렵 마침 인도에서 대선지식이 소림사에 왔다는 소                                                               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리하여
          식을 듣고 찾아갑니다.                                                         남화선사에 모셔진 육조 대사 진신상       혜가 스님을 불러 묻습니다.

            그러나 당시 달마 대사는 동쪽으로 선법을 전하러 왔지                                                                  “너는 어찌 왔느냐?”
          만, 양 무제가 법문을 알아듣지 못하자 장강을 건너 숭산 소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서 왔습니다. 제 마음을 편안케
          림사로 와서는 일체 법문을 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해 주십시오.”
          이때 혜가 스님이 찾아 온 것입니다. 혜가 스님은 간절한 마                                      “너의 그 마음을 가져오너라. 내가 편안케 해주겠노라.”
          음으로 선지식을 찾아와 법문을 들으려 했으나, 묵언으로                                         이 말을 듣고 혜가 스님은 무심코 늘 불안한 마음을 보여

          일관하는 선지식을 보자 마음이 더 편치 않았습니다. 하지                                      드리려고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란 찾을 수
          만, 혜가 스님은 다른 큰스님의 법문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                                     조차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답합니다.
          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고, 달마 대사는 이것을 능                                       “마음이란 찾을 수도 보여드릴 수도 없습니다.”

          히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너는 그 찾을 수도 보여줄 수도 없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한 끝에                                    괴로워하느냐!”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야 말리라 굳은 결심으로 조사당                                        이 말을 듣는 순간 혜가 스님은 활연대오(豁然大悟)합니다.
          에 가서 뵙기를 청하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조사당 문은                                     한마디로 언하대오(言下大悟)한 것입니다. 혜가 스님은 평생
          열리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자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혜가                                      자기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고, 늘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 때

          스님은 밤새 눈사람이 되어 새벽을 맞았습니다. 그래도 소식                                     문에 괴로워했는데, 달마 대사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란
          이 없자 마침내 혜가 스님은 차고 있던 칼을 꺼내 자신의 왼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칩니다. 바로 부처님처럼 중도・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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