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15년 7월호 Vol.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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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공을 깨친 것입니다.   이 말에 혜가 대사는 다시 말해줍니다.

 이 혜가 스님이 바로 동아시아 조사선 (祖師禪)의 기원이   “너는 그 찾을 수도 알 수도 없는 죄 때문에 그렇게 고생
 됩니다. 해동초조 달마 대사에 이어서 혜가 스님이 깨달아   하느냐?”
 조사가 되어 그 선법을 이었기에 2조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이 말을 듣고 거사는 문득 내가 본래 없다는 무아・공을
 서 알 수 있듯이 구도자는 선지식을 믿고 위법망구(爲法忘  깨칩니다. 깨치고 보니 문둥병 때문에 스스로 마음을 괴롭히
 軀) 정신으로 깨달음을 향해 일심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혜  던 전생 죄의식이란 것도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있다

 가 스님처럼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는 몸을 버릴 용  고 착각하고 집착했을 뿐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스스로 ‘내
 기가 있어야 깨칠 수가 있습니다. 혜가 대사의 구도와 깨달  가 있다’, ‘전생이 있다’, ‘죄가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 해탈
 음 이야기는 우리에게 크나큰 교훈을 줍니다.    한 것입니다. 혜가 대사는 거사가 깨치자 인가해주며 출가케

          하여 승찬(僧璨)이라 법명을 지어 주고 3조로 삼았습니다. 이
 3조 승찬 대사의 전생 죄와 깨달음   것이 오늘날 선어록 중에 가장 문장이 아름답다는 『신심명
 깨달아 조사가 된 혜가 대사가 법문하고 있을 때 한 거사  (信心銘)』으로 유명한 승찬 대사의 깨달음 이야기입니다.
 가 10년이 넘게 말없이 법문을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 거사  위의 두 가지 문답과 깨달음은 당나라 시대에 편찬(952년)
 는 불치병인 문둥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전생에   된 『조당집(祖堂集)』과 송나라 시대에 간행(1004년)된 『전등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몹쓸 병에 걸려 고생하는지 괴로  록(傳燈錄)』에 기록된 조사들의 이야기입니다. 깨달음의 인
 운 마음으로 법문을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  연은 다 달라도 내용은 중도・연기・무아・공을 깨친다는 것
 사는 용기를 내어 혜가 대사를 찾아가 묻습니다.   은 부처님과 같습니다.

 “제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몹쓸 병에 걸려  그러므로 동아시아의 조사선에서는 부처님과 조사는 깨
 서 괴롭게 살고 있습니까? 제 죄를 참회케 해 주십시오.”   달은 분으로 같이 보아 불조(佛祖)라 부릅니다. 조사님들에
 이 말을 들은 혜가 대사는 “네 죄를 가져 오너라 내가 참  의해 불법이 대대로 전승되어 오늘에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회케 해주겠노라.”
 거사는 자신의 전생 죄를 찾아봅니다. 그러나 도저히 찾  조사의 문답과 화두

 을 수도 알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런데, 조사님들에 의해 전해지던 선법이 당나라를 거쳐
 “저의 전생 죄를 찾을 수도 알 수도 없습니다.”  송나라 시대에 이르면, 재가자들도 참선을 하고 싶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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