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P. 11

법은 ‘점차로 깨닫는 방법[漸]’으로 간주되어 선종사에서 방  4. 마조도일, 규봉종밀, 그리고 영명연수의 돈점론

 계로 간주되었다.   선종사를 보면, 마조도일의 선풍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됨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성철 스님은 혜능의 선법이 ‘돈오  을 볼 수 있다. 선종을 대표하는 임제종 역시 마조도일의 문
 돈수’ (=단박에 깨닫고 단박에 닦음)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돈황  하에서 나온 것이다. 마조도일은 ‘평상심이 도이다[平常心是
 본 『육조단경』’을 간행하기도 하였고, 『선문정로』에서 선종   道]’, ‘작용이 그대로 본성의 드러남이다[作用是性]’, ‘도는 닦
 수행론의 지표가 ‘돈오돈수’에 있음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는 것에 속하지 않는다[道不用修]’ 등의 주장을 남겼다. 마조

 이는 특히 중국의 규봉종밀 (780~841)이 선종 수행론의 지침  의 견해는 ‘돈오(頓悟=無事)’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규봉
 을 ‘돈오점수’ (=단박에 깨닫고 점차 닦음)로 보고 고려의 보조지  종밀은 마조도일의 수행관이 방일에 떨어질 문제가 있는 것
 눌이 이 ‘돈오점수’를 적극 수용한 점을 극렬하게 비판한 것  을 우려하여 ‘돈오’ 이후 ‘점수’를 추가한 뒤, 마조도일의 ‘돈

 과 같은 맥락이다. 1980년대로부터 20여 년간 지속된 돈점   오’를 불완전한 돈오로 보았다.
 논쟁은 한국 선종의 수행관 정립과 관련하여 치열한 토론의   한편 영명연수는 규봉종밀이 불완전한 돈오로 본 마조도
 장으로 전개되었다.   일의 ‘돈오’를 그야말로 마음의 실상을 보아서 부처로서 행
          위하는 ‘돈오돈수’로 보고서, 돈오돈수에 입각하여 선종의

 3. 성철 스님의 ‘돈오점수’ 비판  수행론을 일원화시키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돈오돈수는 상
 성철 스님은 ‘돈오돈수’ 곧 깨닫는 순간 모든 번뇌가 단박  상근(上上根)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근에 이르지
 에 끊어지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깨달음에 부합하는 것이  못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돈오점수’ 등을 방편으로 제시하
 라고 보았고, 규봉종밀과 보조지눌의 ‘돈오점수’에 언급된   여 각종 근기의 사람들을 ‘돈오돈수’로 이끌려고 하였다.

 ‘돈오’는 철저한 깨달음인 증오(證悟)가 아니라 ‘이해해서 깨
 달은 상태[解悟]’에 불과함을 지적하였다. 여기에는 지적인   5. 『명추회요』 번역의 의의
 이해에 근거한 앎[解悟]을 진정한 깨달음으로 혼동해서는 안   선종사에 있어 영명연수의 위상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
 된다는 간곡한 경책이 들어가 있다. 성철 스님의 ‘돈오점수’   고, 그간 그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비판은 이 주장을 적극 옹호했던 규봉종밀과 보조지눌로   런 점에서 볼 때, 성철 스님이 평소 영명연수와 『종경록』, 그

 향했고, 이로 인해 성철 스님의 돈점론은 기존 전통에 대한   리고 『종경록』의 촬요본인 『명추회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강한 비판과 부정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했다.   은 선종사에서 논란이 있었던 돈점의 수행론이 영명연수에


 8  고경  2015.08.                                             9
   6   7   8   9   10   11   12   13   14   1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