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경 - 2015년 8월호 Vol.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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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점차로 깨닫는 방법[漸]’으로 간주되어 선종사에서 방 4. 마조도일, 규봉종밀, 그리고 영명연수의 돈점론
계로 간주되었다. 선종사를 보면, 마조도일의 선풍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됨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성철 스님은 혜능의 선법이 ‘돈오 을 볼 수 있다. 선종을 대표하는 임제종 역시 마조도일의 문
돈수’ (=단박에 깨닫고 단박에 닦음)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돈황 하에서 나온 것이다. 마조도일은 ‘평상심이 도이다[平常心是
본 『육조단경』’을 간행하기도 하였고, 『선문정로』에서 선종 道]’, ‘작용이 그대로 본성의 드러남이다[作用是性]’, ‘도는 닦
수행론의 지표가 ‘돈오돈수’에 있음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는 것에 속하지 않는다[道不用修]’ 등의 주장을 남겼다. 마조
이는 특히 중국의 규봉종밀 (780~841)이 선종 수행론의 지침 의 견해는 ‘돈오(頓悟=無事)’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규봉
을 ‘돈오점수’ (=단박에 깨닫고 점차 닦음)로 보고 고려의 보조지 종밀은 마조도일의 수행관이 방일에 떨어질 문제가 있는 것
눌이 이 ‘돈오점수’를 적극 수용한 점을 극렬하게 비판한 것 을 우려하여 ‘돈오’ 이후 ‘점수’를 추가한 뒤, 마조도일의 ‘돈
과 같은 맥락이다. 1980년대로부터 20여 년간 지속된 돈점 오’를 불완전한 돈오로 보았다.
논쟁은 한국 선종의 수행관 정립과 관련하여 치열한 토론의 한편 영명연수는 규봉종밀이 불완전한 돈오로 본 마조도
장으로 전개되었다. 일의 ‘돈오’를 그야말로 마음의 실상을 보아서 부처로서 행
위하는 ‘돈오돈수’로 보고서, 돈오돈수에 입각하여 선종의
3. 성철 스님의 ‘돈오점수’ 비판 수행론을 일원화시키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돈오돈수는 상
성철 스님은 ‘돈오돈수’ 곧 깨닫는 순간 모든 번뇌가 단박 상근(上上根)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근에 이르지
에 끊어지는 것이야말로 부처님의 깨달음에 부합하는 것이 못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돈오점수’ 등을 방편으로 제시하
라고 보았고, 규봉종밀과 보조지눌의 ‘돈오점수’에 언급된 여 각종 근기의 사람들을 ‘돈오돈수’로 이끌려고 하였다.
‘돈오’는 철저한 깨달음인 증오(證悟)가 아니라 ‘이해해서 깨
달은 상태[解悟]’에 불과함을 지적하였다. 여기에는 지적인 5. 『명추회요』 번역의 의의
이해에 근거한 앎[解悟]을 진정한 깨달음으로 혼동해서는 안 선종사에 있어 영명연수의 위상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
된다는 간곡한 경책이 들어가 있다. 성철 스님의 ‘돈오점수’ 고, 그간 그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비판은 이 주장을 적극 옹호했던 규봉종밀과 보조지눌로 런 점에서 볼 때, 성철 스님이 평소 영명연수와 『종경록』, 그
향했고, 이로 인해 성철 스님의 돈점론은 기존 전통에 대한 리고 『종경록』의 촬요본인 『명추회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강한 비판과 부정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했다. 은 선종사에서 논란이 있었던 돈점의 수행론이 영명연수에
8 고경 2015.0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