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15년 9월호 Vol.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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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성철
            얼마 전 만난 성철 스님 제자인 한 스님이 당신의 백련암
 ‘성철 사상’은 불교의 핵심이 담긴   에피소드를 전해주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의 출

  바른 이념   가 초기 이야기를 하던 중 나온 일화 하나.

            “해마다 봄이 오면 백련암 식구들은 정해진 일과로 점심
 _  해인총림 해인사 수좌  원융   스님  을 먹고 나면 화단의 꽃나무 옮겨심기, 큰스님 방 땔 장작
          져 나르기, 채전 밭일 등 큰스님의 진두지휘 아래 울력으로

          바빠집니다. 경험이 없는 선머슴아들의 허둥대는 행동에 ‘스
          무 살 먹은 놈이나 마흔 살 먹은 놈이나 똑같다’라고 꾸지람
          을 듣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

          니다. 하하.”
            여러 번 들었던 내용이어도 들을수록 재밌다. ‘내 일’이 아
          니어서 더 재미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막상 그 현장에 있었
          다면 엄청나게 혼났을 거란 생각에 ‘아찔 (?)’하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전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이 다

          시 일었다. ‘스무 살 먹은 스님’은 누구였고 ‘마흔 살 먹은 스
          님’은 누구였을까? 당시 성철 스님 상좌들을 보면 고등학교
          를 마치고 하루 빨리 출가하고 싶어 백련암에 온 스님도 있

          었고 대학과 군대까지 마치고 직장생활까지 하다 삼십 줄에
          들어선 채로 늦깎이 출가를 한 스님도 있었다. 여기저기 좀
          더 알아보니 ‘마흔 살 먹은 스님’은 바로 현재 해인총림 해인
          사 수좌로서 후학들을 제접하고 있는 원융 스님이었다.
            원융 스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사당동에 있는 정안사를 찾

          았다. 주택이 밀집해 들어선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가서야
          입구에 도착하니 ‘해인사 백련암 서울선원’이라는 글씨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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