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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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성철
훈련이 어렵고 고될수록 군기도 세다. 혹시나 일어날지 모
큰스님은 여전히 큰바위얼굴 르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관’들은 일부러 강한 얼차려
같은 존재 를 시킨다. 그러나 사정을 잘 모르는 ‘어린양’들은 투덜대기
바쁘다. 숨을 헉헉거리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생고생이
_ 백련거사림회 윤우석 (영암, 靈巖) 회장 냐?”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린양’들은 훈
련이 다 끝나고 나서야 교관들의 진심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들이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벌써 몇 년 전이다. 아비라기도를 처음 취재하기 위해 백
련암을 찾았다. 불교 사정을 잘 모르던 때여서 낯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고심원에 성철
스님이 계셨다는 것. 거사님들의 기도를 취재하려는데 입승
(立繩) 거사님이 상당히 차가웠다. 처음 기도를 하러 온 사람
들에게는 냉정하기까지 했다. ‘여지’를 두지 않는 모습에 심
상치 않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비라기도가 다 끝나고 그 입승 거사님을 다시 만났다.
“아비라기도는 육체적으로 엄청 힘든 기도입니다. 삼천 번
이상의 절을 하고 또 장궤합장을 한 채로 진언을 외워야 합
니다. 보통의 결기로는 견디기 어려워요. 기도를 하기 전에
다들 일과(日課)를 하면서 준비를 하지만 그래도 힘든 것이
바로 아비라기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기도를 하는 사
람들에게는 더 냉정하게 조언을 합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어요.”
나중에 다시 아비라기도에 가도 이런 풍경은 변하지 않았
다.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엄하게(?) 대중들은 이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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