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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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하는 방법인 줄로 착 4일간의 기도가 끝나고 대중들은 백련암 곳곳을 정리했
각하면 안 됩니다. 다만, 다. ‘아비라기도 백련거사림’이라고 적힌 큰 좌복도 가야산
평상시에 사람을 만나 의 빛과 바람에 몸을 맡겼다. 기도 전과 후가 같은 것은 백
가볍게 인사 등을 할 경 련암이나 대중들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한
우에는 90도로 꺾어 주 참 시간이 지나 다시 거사님을 만났다.
면 보기에 좀 그러니 이
럴 때엔 45도 정도로만 “도를 위해 망설이지 마라”
굽혀도 됩니다.” 이번에는 산이 아닌 바닷가였다. 거사님은 남쪽의 바닷가
아비라기도에 대한 설 에 살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오다 수행처를 찾아 바닷가로
명도 빼놓지 않는다. 왔다.
“3개월 일과수행 뒤 법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모습이 낯설었다. ‘일반인’ 느
성철 큰스님께 그간의 낌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시작하자 다시 백련암 불자로 돌아
아비라기도가 진행중인 고심원 풍경
정진을 점검받고자 대 왔다. 무엇을 입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기도로 아비라기도를 “어렸을 때부터 수행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수
했습니다. 지금은 큰스님이 계시지 않지만, 대중들의 정진은 행법을 섭렵하고 다녔습니다. 20대 후반에는 어머니를 따라
전과 같습니다. 아비라기도는 입문을 잘못하면 30년이 지나 해인사에 가끔 왔습니다. 어머니는 신심 깊은 불자셨거든요.
도 똑같습니다. 부처님 곁에 서기 위해, 부처님으로 살기 위 당시 방장(方丈)이시던 성철 큰스님을 멀리서나마 몇 번 뵈
해 몸과 마음의 프레임을 새로 짜는 것이 아비라기도입니다. 었습니다.
오늘부터 며칠간은 여기서 기도를 하지만 가정과 직장 등 어머니가 여러 번 말씀을 하셔서인지 저는 그저 큰스님을
자신이 있는 곳이 도량이라는 생각으로 수행하고 기도해 주 도인 (道人)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큰스님 법문을 듣
시기 바랍니다.” 고 경내에 앉아 있는데 제 앞으로 큰스님이 오셨습니다. 주
잔뜩 긴장한 모습의 초심자들의 눈빛이 다시 빛나기 시작 변에 몇 분의 스님과 보살님들이 계셨어요.
했다. 영암 거사님은 기도할 때는 진지하게, 쉬는 시간에는 큰스님을 보는 순간 법복이 아닌 흰옷을 입고 저에게 오
편안하게 대중들을 이끌었다. 는 신선처럼 보였어요. 큰바위얼굴 같은 느낌도 강했습니다.
16 고경 2015.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