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15년 11월호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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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성철
            훈련이 어렵고 고될수록 군기도 세다. 혹시나 일어날지 모
 큰스님은 여전히 큰바위얼굴   르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관’들은 일부러 강한 얼차려

 같은 존재    를 시킨다. 그러나 사정을 잘 모르는 ‘어린양’들은 투덜대기

          바쁘다. 숨을 헉헉거리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생고생이
 _  백련거사림회  윤우석 (영암, 靈巖)  회장  냐?”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어린양’들은 훈
          련이 다 끝나고 나서야 교관들의 진심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들이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벌써 몇 년 전이다. 아비라기도를 처음 취재하기 위해 백
          련암을 찾았다. 불교 사정을 잘 모르던 때여서 낯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고심원에 성철
          스님이 계셨다는 것. 거사님들의 기도를 취재하려는데 입승
          (立繩) 거사님이 상당히 차가웠다. 처음 기도를 하러 온 사람
          들에게는 냉정하기까지 했다. ‘여지’를 두지 않는 모습에 심
          상치 않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아비라기도가 다 끝나고 그 입승 거사님을 다시 만났다.
            “아비라기도는 육체적으로 엄청 힘든 기도입니다. 삼천 번
          이상의 절을 하고 또 장궤합장을 한 채로 진언을 외워야 합

          니다. 보통의 결기로는 견디기 어려워요. 기도를 하기 전에
          다들 일과(日課)를 하면서 준비를 하지만 그래도 힘든 것이
          바로 아비라기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기도를 하는 사
          람들에게는 더 냉정하게 조언을 합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어요.”

            나중에 다시 아비라기도에 가도 이런 풍경은 변하지 않았
          다.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엄하게(?) 대중들은 이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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