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고경 - 2016년 1월호 Vol. 33
P. 57
●
제38칙
임제의 참사람(臨濟眞人, 임제진인)
“붉은 몸뚱이에 한 사람의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다. 항
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서 출입한다.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이들은 잘 살펴보길.”
대중 사이에서 누군가 물었다. “어떤 것이 무위진인입니
까?”
임제가 돌연 법상에서 내려와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말해봐라, 어떤 것이 무위진인인가!” 대답을 계속 머뭇거
리자 임제는 그를 거세게 밀쳐버렸다.
“무위진인은 개뿔. 마른 똥막대기 같으니라고.”
『임제록』
서서 일하는 것보다 앉아서 일하는 것이 편하다. 모임에 갔
는데 나에게만 자리가 없다면 자못 당황스럽다. 잠자리를 바
꾸면 선잠으로 고생하기 일쑤다. ‘자리’란 삶의 질을 가늠하
는 기초이며 사람다운 삶을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다.
자리가 있는 곳에 텃세가 있다. 서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피와 땀은 결국 자릿세다. 정치는 자리를 얻으
려는 힘과 자리를 지키려는 힘이 맞서거나 붙어먹으면서 발전
한다. 의자는 일견 무서운 물건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자리 없인 아무 것도 아니
2016. 01.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