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16년 5월호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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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별어  ●  글 _ 원철 스님  ● 바람인가? 깃발인가?

            선사들은 바람을 주제로 선문답을 주고받았다. 『육조단경』
          에는 ‘풍번 (風幡)’이야기가 나온다. 법성사(法性寺)에서 흔들리
 바람이 부니 혜능 선사의   는 깃발(幡) 아래에서 두 승려가 “바람이 움직인다” 혹은 “깃
          발이 움직인다”는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논쟁하고 있다.

 머리카락도 휘날리다  어쨌거나 중생의 눈에 바람은 깃발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알아차릴 수밖에 없다. 그 무대인 광동성 광주(廣州, 광저우)
          법성사는 현재 광효사(光孝寺)로 불리운다. “광저우가 있기 전
          에 광효사가 있었다(未有羊城 先有光孝. 羊城은 廣州의 이칭)”는

          지역속담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사찰이
          다. 현재 육조혜능(638~713) 선사의 머리카락이 보관되어 있
 ● 바람을 찍다  는 탑(예발탑, 瘞髮塔. 瘞:묻을 예, 髮:머리카락 발)이 자리 잡고 있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없  는 까닭이다. 머리카락 바람의 인기는 현재까지 그칠 줄 모르
 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도록 끄  고 불고 있는 셈이다. ‘육조풍번’은 『보림전』에도 비슷한 스토

 집어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어린이들은 바람개비를 돌리며   리가 나온다. 구리로 만든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선종 제17조
 장난감 삼아 바람과 함께 논다. 문인과 사진작가는 자기의 안  승가난제 존자가 “풍경이 소리를 내는 것인가? 구리가 소리를
 목으로 바람을 잡아낸다. 시인 김수영 (1921~1968)은 “풀이 눕  내는 것인가?(彼鈴鳴耶 彼銅鳴耶)”라고 18조 가야사다 존자에

 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  게 묻고 있다. 어쨌거나 이 장면 역시 바람으로 인한 풍경소
 난다.”라고 하여 풀의 처세술을 통해 바람을 묘사했다. ‘두모  리 때문에 생긴 일화라고 하겠다.
 악 갤러리’는 “탐라의 바람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영갑
 (1957~2005) 작가 사진 상설전시장으로 유명하다. 제주도 갈   ● 도풍(道風) 정토풍(淨土風)
 때마다 들르고 볼 때마다 감탄한다. 정말 기막히게 삼다도의   모양을 가지고 부는 바람이 있는가 하면 모양 없이 부는

 많은 바람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포착했다. 이즈음 풍력발전  바람도 있다. 성철 (1912~1993, 조계종 6.7대 종정 역임) 스님께서
 소도 바람의 존재를 알려주는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열반한 이후 불교바람이 전국적으로 불어 닥치는 신드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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