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6년 7월호 Vol.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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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따라 설법하셨던 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사람들의 습  ● 불이법문(不二法門)

 성을 간과했을 리 없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을 소재로   사람이든 동물이든 몸은 머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법
 법문하면 흥미롭게 받아들일 것이고,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이다. 머리가 판단하고 결정하면 몸은 그에 따라 움직이면 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함경』에도 다음과   만이다. 그렇다면 명령하고 판단하는 머리가 둘이 되면 어떻
 같은 양두사 이야기가 등장한다.  게 될까? 얼핏 보기에는 CPU를 두 개 장착한 컴퓨터의 듀얼
          프로세서처럼 다른 뱀보다 훨씬 똑똑하고 강력할 것 같지만

 옛날에 머리가 둘 달린 뱀 한 마리가 살았다. 이 뱀은 비  실상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각각의 머리가 서로 다른 판단
 록 한 몸이었지만 맛있는 먹이를 만나면 두개의 머리는   을 한다면 다른 뱀에게 없는 두 배의 능력이 오히려 두 배의
 서로 먼저 먹기 위해 경쟁했다. 그런데 맛있는 먹이는 민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첩하고 동작이 빠른 오른쪽 머리가 늘 차지했다. 한 번도   예를 들어 오른쪽 머리는 나무 위로 올라가고 싶은데 왼쪽
 먹이를 맛보지 못한 왼쪽 머리는 때가 오기만을 노리고   머리는 땅으로 가고자 한다면 뱀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만다.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른쪽 머리가 먹이를 발견하고   이솝우화에 나오는 뱀이 그런 경우다. 뱀의 머리와 꼬리와 몸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기회만 엿보고 있던 왼쪽 머리가   통이 서로 잘났다고 주장하며 싸우는 통에 뱀은 이러지도 저
 잽싸게 잡아먹어버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개구리는   러지도 못하고 따가운 태양에 말라죽고 만다. 따지고 보면 양

 독이든 개구리였다. 오른쪽 머리는 그것을 알고 주저했지  두사는 어느 머리가 먹이를 먹어도 상관없다. 비록 머리는 두
 만 경쟁에서 밀렸던 왼쪽 머리는 앞뒤 살필 겨를도 없이   개지만 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먹이를 먹기 위
 냉큼 잡아먹는 바람에 변을 당하고 만 것이다.  해 발버둥 치느니 차라리 좋은 구경이나 즐기는 편이 훨씬 더

          이득인데도 두 머리는 먹이를 놓고 싸운다.
 예나 지금이나 뱀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독니  뱀의 두 머리가 상징하는 것은 ‘나’와 ‘너’를 구분하는 이분
 가 달려 있는 머리가 하나만 있어도 치명적인데 양두사는 그  법적 사유에 뿌리를 둔 차별인식이다. 그와 같은 차별인식은
 런 머리를 둘씩이나 달고 있다. 따라서 양두사는 새로운 것에   뱀의 두 머리처럼 서로 대립하는 눈이므로 이를 ‘변견 (邊見)’
 열광하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대립하고 갈등하는 번뇌를 상  이라고 한다. ‘나’라는 자기중심적 눈이 하나만 있어도 삶은

 징하기에 딱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극심한 고통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나와 남을 분별하는 자
          기중심적 에고는 번뇌를 일으키는 맹독이기 때문이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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