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6년 7월호 Vol. 39
P. 42
배제되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중도란 전체적으로 보면 우 『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 글 _ 박인석
리는 모두 하나이지만 개별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각자 고
유한 독자성을 지니고 있는 개별적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
래서 오른쪽은 왼쪽을 배려해야 하고, 왼쪽은 또 오른쪽을 향적불국(香積佛國)의
배려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용수 보살은 중도를 설명하
면서 ‘불일불이 (不一不二)’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완전히 다른 향기 나는 밥
둘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각 존재의 독자성이 하나도 없는 전
체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이면서 또 둘인 이 관계를 잘 파
악해서 서로를 배려하고 공존의 지혜를 체득하는 것이 불이
법문이 담고 있는 중도의 가르침이다.
●
『명추회요』 24권-8판(188쪽)에는 ‘일심진여의
다함없는 이치’라는 제목 아래 향적불국(香積佛國)의 향반(香
飯), 곧 ‘향기 나는 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는 『유마경』
「향적불품(香積佛品)」에 나오는 얘기인데, 연수 스님이 이 『유
마경』의 ‘향기 나는 밥’을 불법 (佛法)과 연결시켜 놓고 있다.
『유마경』 얘기에 앞서 밥[食]에 대한 불교도들의 사유를 잠깐
살펴보자.
● 네 가지 밥[四食]
서재영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불교도들은 아주 초기에서부터 밥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
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밥이란 중생을 길러주는 물질적 정신적 음식을 모두
40 고경 2016. 07.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