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6년 7월호 Vol.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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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가 등장한다. ‘향(香)’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데서 알 수                                     향적 여래께서 공양한 뒤 남은 향기 나는 밥은 중생들이

         있는 것처럼, 향적 여래가 계시는 국토는 오직 향기로써 의사                                     아무리 먹어도 바닥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 밥이 계 (戒)·
         소통을 하고 향기로써 밥을 먹는 곳이다. 이는 우리가 살고                                      정 (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知見)의 향을 다 갖
         있는 이 사바세계가 언어와 문자로 의사소통하고, 쌀이나 밀                                      춘 부처님의 공덕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가루로 밥을 지어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인 셈이다.                                      언급된 계·정·혜 등은 우리가 익히 아는 오분향예불문(五分
           그렇다면 향적 여래께서 드시는 향기 나는 밥은 무엇을 재                                     香禮佛文)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계 등에 ‘향’을 붙인 것은 계

         료로 만들어진 것인가? 『유마경』에서는 ‘여래의 감로 맛의 밥                                    등을 잘 지키는 사람의 행위가 마치 좋은 향기처럼 다른 사
         은 큰 자비로 향기를 피운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저                                    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세계의 향기 나는 밥은 쌀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지                                     이다.

         닌 큰 자비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유마 거사는 향적                                        다섯 가지 항목에 있어 가장 훌륭한 경지를 증득하신 부
         여래께서 드시던 이 향기 나는 밥을 조금 덜어서 우리가 사                                      처님은 그 누구보다도 더한 향기를 갖고 계시므로, 그러한 부
         는 사바세계로 갖고 와 8만 4천의 대중에게 공양했는데, 이                                     처님으로부터 일어난 갖가지 것들 역시 무한광대하다는 것이
         때 대중 가운데 있던 성문(聲聞) 한 분이 다음과 같은 의심을                                    다. 이는 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으켰다고 한다. “가져온 밥이 너무 적은데, 대중들이 다 먹

         을 수 있을까?”                                                               ● 일심진여의 다함없는 이치
           이에 대해 『유마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답해주고 있다.                                        연수 스님이 보기에는 향적 여래께서 드시는 ‘향기 나는
                                                                               밥’은 바로 여래의 청정한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더 나아가 여

            “성문의 작은 덕과 작은 지혜로 여래의 한량없는 복과 지                                    래의 청정한 행위는 중생과 부처의 바탕이 되는 ‘일심’의 능력
            혜를 헤아리지 마라. 사해 (四海)가 다 사라지더라도 이 밥                                  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발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명추회
            은 다 하지 않느니라. 일체 사람을 다 먹게 하더라도 마치                                   요』 188쪽의 내용은 ‘향기 나는 밥’이 바로 깨달은 마음의 한
            수미산과 같아서 1겁에 이를지라도 오히려 다하지 않느니                                     측면임을 드러내려는 데 목적이 있다.
            라. 왜냐하면 다함이 없는 계율과 선정과 지혜와 해탈과

            해탈지견의 공덕을 구족한 부처님께서 먹고 남긴 것은 끝                                         향적불국(香積佛國)의 향반(香飯)을 『경(經)』에서는 “다함
            내 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없는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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