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P. 31
채운 불자들은 다시 각 전각으로
흩어졌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
다. 고심원 앞에 쳐 놓은 천막에
서도 고였던 물이 쉴 새 없이 떨
어졌다.
삼천배는 가을비와 상관없이
계속됐다. 가야산은 이미 안개로
장엄이 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
면서 날씨도 점점 가을이 되어갔
다. 전날까지만 해도 낮에는 제법
따뜻했지만 비와 함께 있으니 낮
날씨도 가을로 완전히 거듭났다.
오후 6시가 되면서 각 전각들
에서는 삼천배를 마무리하기 시
작했다. 딸과 며느리, 8살 손녀, 5
살 손자와 함께 대구에서 온 대천
중 보살님은 잔뜩 고무돼 있었다. 10월 20일 아침 성철 스님 사리탑을 참배하고 있는 대중들의 모습
“성철 큰스님 계실 때부터 백련
암에서 삼천배와 아비라기도를 했습니다. 오늘은 자리가 없 대천중 보살님은 대구 정혜사에서 스님들과 함께 매일 새
어서 제대로 절을 못했지만 내일부터 열반일까지는 백련암에 벽예불을 올리며 108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만의 ‘일과’
머물며 절을 할 생각입니다. 절을 하면 ‘자기를 바로 볼 수 있 인 것이다. 아직 법명이 없는 며느리도 “어머님을 모시고 애들
어’ 좋습니다. 현재에 충실하게 되면서 제가 만든 현실 그대 과 함께 오는 기도가 즐겁다. 어서 빨리 삼천배를 제대로 해
로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또 기도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 서 법명을 받고 싶다.”며 기염을 토했다.
기가 됩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주변을 정리한 불자들이 다시 하나 둘 백
28 고경 2016.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