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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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이나 티벳에 비하여 한국 불교는 달 불교입니다. 이것
                은 조사선, 간화선이 들어와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
                리 선방에서 안거 몇 번 지낸 선승이라면 누구나 생사(生死)
                가 둘이 아니라는 말을 할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문
                제는 불교를 본래부처와 같이 깊이 보고 있으나, 이것을 생활

                에서 실천하는 언행일치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수행과 생활
                이 일치되지 못하고 말 따로 행동 따로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불교의 병폐입니다.
                  불법에 대한 안목도 깊고 여름, 겨울 안거 때마다 열심히
                정진하나 막상 법문이나 사회인들과 만나 대화하는 내용은
                불교적 가치가 빈약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니 신뢰도 약하고 감동도 주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한
                국불자들이 근본적으로 불교의 핵심인 중도의 가치관, 세계
                관이 바르게 정립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성철 스님이나 자운 스님, 청담 스님 같
                은 분들이 봉암사결사를 하거나 해인총림을 만들어 ‘백일법
                문(百日法門)’을 해서 불교의 핵심이 중도라는 것을 밝혀놓았
                습니다. 부처님이 깨친 것도 중도이고, 육조 스님이나 마조,

                임제, 간화선을 제창한 대혜 스님, 그리고 우리나라 의상 대
                사나 태고 스님 같은 분들도 모두 중도를 깨치고 법문하신
                분들입니다.
                  만약 우리 한국불교가 중도를 공부하여 정견을 세우고 이
                를 체험하고 실천하는 선으로 바로 가는 수행체계를 정립하
                여 대중에게 안내해 나간다면 이 시대 인류에게 매우 유용한

                지혜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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