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P. 34
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처님한테 ‘부처되
어라, 깨달아라, 비워라, 놓아라, 수행하라’는 말은 사실 모두
거짓말입니다.
성철 스님의 임종게에도 이런 선의 가치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수많은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그 죄가 무간지옥에 떨
어지는데… 붉은 수레바퀴가 푸른 산에 걸렸다.”
이 게송을 잘못 이해하면 ‘생불(生佛)이라는 성철 스님도
스스로 지옥 간다고 했으니 불교 믿어도 소용 없다’고 크게
오해하는데, 이것은 중도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여기서 성철
스님이 ‘스스로 남을 속였다’ 함은 본래 부처님한테 ‘삼천배하
라, 참선하라’ 한 말이 다 속인 것이고 허물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법문입니다. 성철 스님이 종정에 추대되자 KBS 기자가
해인사로 찾아와 인터뷰하자고 마이크를 대니까, 딱 한마디
하셨습니다.
“내 말에 속지 마시오.”
이런 말이 양변에서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데, 중도의 가치
관으로 보면 우리가 본래 부처이니 중생이란 거짓말이고 착
각이니 무슨 수행해라, 절하라, 참선하라는 말이 다 속이는
말입니다. 선사들은 중생이 본래부처, 현실이 극락이라는 본
분사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시대는 인공지능이 나올 정도로 인류 문명이 최고로
발달한 때이고 민주주의 제도가 가장 발달한 시절입니다. 하
32 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