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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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정맥소」 완역은 그런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한
                 국불교의 수행 정체성을 확립할 근간이 되어 줄 것이다.”
                   다음으로 역자가 「정맥소」를 만나 번역하게 된 인연을 역

                 자 후기에서 미리 인용한다.
                   “망월사 선원에서 안거하던 2009년, 방선 중에 각성 스님
                 이 강설한 『능엄경 정해』를 가까이 했는데, 그때 「정맥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겨울 안거를 마치고 부산 화엄사

                 를 방문해 각성스님에게서 소 한 질을 얻었다. 다음 철 개심
                 사 선원에 방부를 들이고 상하권으로 된 「정맥소」 원본과 자
                 전 그리고 허사사전을 들고 입방했다. 참선하는 시간 외에 이
                 소를 펼쳐보는데, 어름어름 한 대목 두 대목 한문의 울타리에

                 갇힌 내용이 드러나자 흥미가 일어나 견딜 수가 없었다. 함께
                 정진하는 도반들과 선후배 스님들 그리고 불자 대중과 이 기
                 쁨을 함께 하고픈 생각이 충천하여 나의 무력함을 돌아보지
                 않고 번역하기를 발원하고, 방대한 문장의 바다를 헤엄쳤다.

                 40만 자가 넘는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은 간난신고의 연
                 속이었지만 이 경은 수행자의 본분사이며 믿음을 돈발하는
                 특별한 경이므로 낯선 문구에 험난하다는 생각과 게으름을
                 부릴 겨를이 없었고 시작한 지 2년 만에 겨우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 뒤 제방선원에 방부를 들일 때마다 원고를 지
                 고 다니며 글에 밝은 스님을 만나면 해결하지 못한 곳에 대
                 해 묻기를 서슴지 않았다. 여러 스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무
                 슨 재주로 이 소를 이해하고 이 일을 감당했을 것인가. 그 뒤

                 로 2년간의 윤문작업을 더해 총 7년이 걸려 일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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