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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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간혹 스님들이 그야말로 사무치는 발심(發心)을 할 때, 눈
                 썹마저 밀어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인간으로서의 모든 욕
                 심을 버리고 애오라지 초인의 경지에 오르겠다는 마음이다.

                 눈썹은 마지막 자존심인 셈이다.
                   인생의 성장은 결국 생각의 성장이다. 잡념은 우리를 어리
                 석게 하고 못 살게 구는 것만 같지만, 묘안과 통찰 역시 잡념
                 에서 나오는 법이다. ‘번뇌가 곧 보리’라고 하는 육조혜능의

                 충고는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눈썹은 눈썹의 소유자가 지닌 법력의 크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안거는 여름 3개월간 두문불출하고 오직 참선정진만 하

                 는 기간이다. 취암은 아직 깨치지 못한 문하생들을 위해 땀띠
                 가 나도록 열심히 가르쳤는가 보다. 눈썹이 다 빠졌다니까. 하
                 지만 다른 선승들은 그의 노력을 한사코 깎아내리는 분위기
                 다. 제아무리 기가 막힌 생각이라도, 한 고비를 넘을 때나 요

                 긴한 법이다. 인생은 눈 내린 설악산이더라.













                 장웅연     ●          집필노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길 위의 절』, 『눈부시지만, 가짜』, 『공부하지 마라』, 『떠나면 그만인데』, 『그냥, 살라』, 『불행
                 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등의 책을 냈다. 최근작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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