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16년 12월호 Vol.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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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주는 정말로 알아서 기고 있다. 물론 수산주의 절은 비단
                굴종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어떤 통찰로 읽히기도 한다. ‘그
                래, 내가 남과 즉(卽)하느라 나를 잃었구나!’ 자기만을 위해

                사는 이들은 부지기수이나 자기만으로 사는 이는 희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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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1칙

                  취암의 눈썹(翠巖眉毛, 취암미모)


                    취암영참(翠巖令參)이 하안거 끝자락에 대중에게 설법했
                    다. “한여름 내내 형제 여러분들을 위해 이야기를 계속했

                    는데 지금 내 눈썹이 남아있는가를 보라.” 이에 보복유산
                    (保福遊山)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 하였고 장경혜릉(長慶
                    慧稜)은 “아니, 눈썹이 자꾸 자라는데?” 하였고 운문문언
                    (雲門文偃)은 “조심하라.” 하였다.



                  끊임없이 자라는 게 머리카락이다. 승가에선 머리카락에
                자꾸만 떠오르는 번뇌를 대입해 무명초(無明草)라 부른다. 그
                래서 주기적으로 밀어버린다. 삭발은 머리를 파르라니 깎듯

                이 번뇌를 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머리카락과 똑같이 못
                된 털이라는 맥락에서, 수염도 불허하는 게 원칙이다. 더구나
                한국사회에서 수염은 불결과 불손의 상징이다.
                  다만 눈썹은 웬만해선 그대로 놔둔다. 상식적으로 눈썹 없

                는 얼굴은 거의 화상 입은 얼굴만큼이나 볼썽사납다. 한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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