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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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직지사 천불선원에 30여 명의 대중이 모여서 제산정원(霽山淨圓,
1862∼1930)의 지도를 받으며 참선에 열중했다. 다들 열심히 정진했는데
유독 하나가 말썽이었다. 입선入禪 시간에 자주 지각을 했고 혼자 낮잠을
자거나 남몰래 누룽지나 먹었다.
= 나 좀 알아달라는 거다.
보다 못한 선승禪僧 여럿이 제산을 면담하고 불만을 터뜨렸다. “큰스님,
○○ 때문에 공부가 방해됩니다. 쟤를 선원에서 내보내주세요.” 제산은 아
무 말이 없었다. 다음 안거 때에도 단독행동은 반복됐고 똑같은 건의가 올
라왔다. 역시 묵묵부답. 그렇게 몇 철이 흘렀는데도 도무지 개선의 기미가
없었다. “큰스님, ○○를 쫓아내지 않으면, 저희들이 떠나겠습니다!”
= 못 알아주겠다는 거다.
제산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잘들 가시오.”
= 알아주라는 거다.
의외의 반응에 놀란 이들에게 제산이 다시 말했다. “여러분은 모두 똑똑
하고 공부도 잘하니, 어디를 가더라도 잘들 살 것이오. 하지만 이 사람은
나하고 있어야 그나마 살 것이오.”
= 알아주겠다는 거다.
‘사랑하다’의 어원으로 ‘살다’, ‘사량하다(思量, 생각하다)’, ‘사르다[燒]’ 등이
거론된다. 그런데 중세국어에서 ‘사랑’의 ‘사’는 ‘ᄉ·(아래아)’였다. 반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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