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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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비구니의 스승이 제
자의 미모를 이용해서 맛난 음식을 얻어먹으려고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제자를 불러 짐짓 이렇게 물었다. “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많이도 얻어오더
니 지금은 어째서 그러지 않느냐?” “이러저러해서 그렇습니다.” “네 마음
만 깨끗하다면 상관없지 않느냐. 내가 먹을 터이니 얻어 오너라.” 스승의
부당한 처사에 제자는 이렇게 항의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니가 남자와
가까이하는 것을 갖가지로 꾸짖으셨습니다. 어째서 저더러 더러운 마음을
가진 남자에게서 음식을 받아오라 하십니까.” 똑 부러지는 항의에 동료 비
구니들이 가세하며 부처님께 이 일을 알렸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수정해
주셨다. “비구니 스승이 제자에게 ‘너만 더러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면 되
었지, 더러운 마음을 가진 남자의 음식을 받는 것이 무엇이 괴로우냐’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하나하나 주의 깊게 듣고, 법에 맞게 만들고,
상황에 맞게 고치셨다. 한두 번 고친 건 기본이고 여러 번 손질한 경우도
많다. 250조, 380조의 계율을 다 이렇게 만드셨으니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부처님께서는 이러다가 과로사하셨을 것 같
다. 불멸후 백년 쯤 지나서 700아라한의 결집이 있었는데, 그때 율을 주관
한 상좌비구 네 분의 평균수명이 대략 120세(136, 120, 111, 111)였다고 하니,
부처님이 과로사하셨다고 해도 무리한 추정은 아닐 것이다.
이인혜
불교학을 전공 했으며, 봉선사 월운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
림고경총서』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금강경오가해설
의』·『송고백칙』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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