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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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과제이다. 작업의 상당 부분을 공백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는데, 이런 공
백들은 문헌 자료의 보충보다 기존 학설의 경직된 사고를 벗어남으로써 메
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이루어진 대승불교 기원에 대한 연구 성과들이 도
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승불교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논의는 지금까
지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재가기원설이나 대중부기원설과 달리 대승불교
가 부파불교와 단절이 아니라 부파 내부의 운동이며, 특히 부파불교 내부
에서 수행에 전념했던 일군의 수행자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본다. 이 주장에
따르면, 대승불교는 전통적인 부파불교 교단 속에서 명상을 중시하는 자
들 가운데서 일어났으며 그 명상 체험에 근거하여 대승불교의 교리가 만
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명상을 근거로 만들어진 대승불교의 교리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앞서 살펴보았던 『반주삼매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
원 후 1세기 전반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주삼매경』의 원초적 형태
를 보여주는 「행품」은 아미타불 신앙과 공사상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모두
보여주고 있는데, 이 경전은 수행자가 명상 속에서 붓다를 만났다 해도 그
것은 실제로 붓다가 어디선가 온 것도 보살이 붓다가 있는 곳에 간 것도 아
님을 강조한다. 『반주삼매경』은 반주삼매라고 불리는 명상의 상태를 설명
하기 위해 꿈의 비유를 사용하고 있는데, ‘꿈속에서 경험한 것을 어떻게 이
해 하는가’는 대승불교의 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건이 된다.
꿈은 『중론』에서처럼 “발생하고 머물고 사라지는 것의 허망함”을 비유
하는 것으로 즐겨 인용되고 있다. 슈미트하우젠은 『반주삼매경』 「행품」에
서 “유심”이라는 용어를 통해 ‘인식되는 모든 것이 마음의 활동에 의해 생
겨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표명하고 있다고 보았는데, 여기서 말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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