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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因作果의 연기론緣起論을 기본사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적 기초에
           입각해 보면 불교는 작복作福의 종교다. 어떠한 초월적 힘이나 신에 의지
           해 복을 구하는 기복종교가 아니라는 얘기다.

             불상은 예배의 대상이다. 어떠한 영이靈異와 신비한 힘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불상을 통해 구원을 바란다면 잘못된 신행형태가 아닐
           수 없다. 『아함경』 등 불전에 의하면 불상은 처음 코삼비국의 우다야나 왕
           이 향나무로 석가상을 조각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불상

           이 출현하게 된 때는 부처님 입멸 후 500년 기원 전후였다. 불교미술을 전

           공한 전문가들은 이때를 즈음하여 인도 서북부 간다라 지방과 북부 마투
           라 지역에서 비슷한 형태의 불상들이 출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상은 사찰의 경제적 욕구가 강해지면서 예배

           대상이 아닌 기복의 우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를 소설가 김성동씨는

           그의 문단 등단작품이기도 한 장편소설 『만다라』를 통해 통렬한 아픔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소설 속 파계승으로 자처하는 지산스님이 온갖 아픔과 고
           통을 담고 있는 이지러진 모습의 불상을 조각하자 주인공 법운 스님이 “부

           처님의 모습이 왜 온화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띤 모습이 아니냐?”고 묻자 내

           뱉는 말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중생들이 저리도 아파하는데 부처님이 어
           찌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있을까?”
             우리 주위에 있는 가짜 부처의 형상은 제거해 내는 것이 옳다. 단하선사가

           목불을 불쏘시개로 사용하듯 가짜와 헛것에 집착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김군도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
                                  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가지 특
                                  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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