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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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더 간소하게」에서 소로우가 살았던, 콩코드시에서 남쪽으로 2킬로
정도 떨어진 곳의 월든 호수와 오두막집 이야기를 적고 있다.
“월든에 다녀왔다. …호수의 북쪽에 150여 년 전 소로우가 살았던 오
두막의 터가 돌무더기 곁에 있다. 거기 널빤지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
다. 즉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인생이 가르치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
다.-소로우’”(137∼138 페이지)
아마 스님에게 감명을 준 구절이었으리라. 20년 전 필자도 케임브릿
지시에 머물 때 가족과 함께 월든 호수를 두 번 찾아 그다지 크지 않은
맑은 호수에 발을 담그고 소로우의 간소한 삶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이어서 스님은 「다시 월든 호숫가에서」에서도 다시 월든 이야기를 적고
있다. “월든으로 갔을 때 그의 나이 스물여덟이었고 책은 한 권도 저술한
적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 말고는 그를 알아볼 사람도 없었다. 월든 호숫
가에서 지낸 이 기간이 소로우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있는 시기
였다. 그 이후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정스님에게 소로우는 제법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어쨌든 ‘무소유, 방랑, 자유’이런 어휘는,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머
리로 생각해봄직한 것들이리라. 생애의 ‘마지막 어휘’(final vocabulary)
는 아니라 하더라도, 실천에 옮기기가 그리 쉬운 말들은 아니다. 누군
가가 세속의 때가 묻은 나더러, “당장 그렇게 살아보라!”고 권한다면,
“아∼, 잠시만요!” 하고 ‘정신적 경련’(mental cramp)을 겪지 않으리란 확
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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