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18년 7월호 Vol.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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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불을 태운 단하천연丹霞天然
서양종교에서 말하는 우상숭배와는 다른 차원의 불교를 어떻다고 설명
할 수 없어 자존심이 무척 상해 있던 중 도올은 한 사찰 공양간에서 단하
가 목불을 쪼개 군불을 때는 그림을 발견하였다. 도올은 그 사찰 주지 스
님으로부터 그림의 내용을 듣고 충격을 받은 한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외국인 친구들이 단순하게 비난하고 있는 우상숭배를 불교의 입장에서 반
박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도올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그
림을 보여주며 내용을 설명하였고, 이러한 파격이 불교, 특히 선불교 전반
에 감춰져 있음을 주지시켰다고 한다.
단하천연(丹霞天然. 739∼824) 선사는 석두희천石頭希遷 선사에게 머리를 깎
고 마조도일馬祖道一의 법제자가 된 이로 어느 추운 겨울 날 혜림사라는 절에
들렀다가 이 같은 일화를 남기게 된다. 날씨는 추운데 방에 불을 지펴주지
않자 단하선사는 법당 목불을 들고 나와 도끼로 쪼갠 후 아궁이에 불을 땠
다. 이를 보고 놀란 원주가 단하에게 야단을 치며 달려들었다. 원주란 절의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소임을 말한다. 단하는 싸울 듯 달려드는 원주의 분노
를 이렇듯 사리문답舍利問答을 통해 시원하게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옛선사들에겐 목불을 불쏘시개로 쓴 단하보다 더 한 일화들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게 살불살조殺佛殺祖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
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는 뜻이다. 혜연慧然이 엮은 『임제록臨濟
錄』에 나오는 말인데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선사의 법어다. 임제의현은
‘살불살조’와 ‘오무간업五無間業’을 설파했다. 오무간업이란 어머니를 죽임
[殺母]·아버지를 죽임[殺父]·아라한을 죽임[殺阿羅漢]·화합승가를 깨뜨림
[破和合僧]·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出佛身血]으로 모두 무간지옥에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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