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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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여여 여여로 상사뒤야”
장웅연
전강의 ‘어깃장’
집에만 있는 편이다. 출장명령이나 떨어져야 해외를 간다. 직장의 특성
상 불교성지를 위주로 돌아다니게 되고, 불교성지는 거의가 더운 나라에
있다. 유적보다 더위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게다가 입국入國할 수 있다는
건 거기가 평시平時라는 것이다. 고만고만한 민족들이 고만고만한 체제 안
에서 고만고만한 고민을 안고 살아들 가는 풍경으로만 보인다. 대충 구경
하고 대충 물어보며 혼자 그늘만 찾아다닌다. 나는 내 삶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한다. 숙소에 칫솔이 없으면 이도 닦지 않고, 귀찮아서 비행기에 짐도
부치지 않는다. 제법 다니다보니 이국異國에 대한 설렘은 줄어드는데, 기
내금연의 불안과 고통은 전혀 변화가 없다. “담배 피우러 왔니?” 같이 간
길손들에게서 꼭 욕을 먹는다. 다행히 오기傲氣는 꽤나 있어서, 먹은 욕에
비례해 기사가 잘 써진다. 생각이 많은 성격은, 어디를 가더라도 어디 가
지 않는다. 엇비슷한 일정과 엇비슷한 안전과 엇비슷한 기분의 반복 속에
서, 나라 밖 외근은 또 다시 그렇게 마무리된다. 고국에 돌아오면 지면紙
面이 기다리고 있고 월급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도 이 정도로만 무거웠
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면, 일단 지긋지긋하게 지겨운 삶부터
쟁취해야 한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이 내 안에 찌들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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