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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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물을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 무와 유가 만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에,
만물은 단지 스스로 변화해 태어난다[獨化]. 모든 사물은 스스로 자기 존재
의 근거일 따름이다. 조물주라는 말도 할 수가 없다. 만물은 모두 ‘스스로
태어나는 것[自生]’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곽상의 독화설獨化說은 만물 스스
로 필요한 모든 성분性分을 자족自足하고 있기에 다른 실체적 존재를 필요
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有라는 실체를 근거로 전개된 배위의 자생설과
큰 차이가 있다.
비유비무의 중도사상 전파
곽상 이후 동진시기(317~420)를 살았던 장잠(張湛. 370~?)이 현학을 새롭
게 구성하려 했으나 귀무론·숭유론 등을 종합하는 정도였지 새로운 돌파
43)
구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평가된다. 중국에 전래된 지 이미 오래되어 일
정정도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불교가 독자적인 학설을 유포하고 있었던 점
도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본체론에 가까운 무無·유有를 대체
44)
할 새로운 사유방식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이러한 때인 후진 홍시弘始 11년(409) 구마라집이 『중론中論』을 중국어로
43) 湯一介 著, 『郭象與魏晉玄學』(第三版), 北京:北京大學出版社, 2009, p.156.
44) 『세설신어·문학 제4』 등에 이를 방증傍證하는 기록이 적지 않다. 출가자인 지도림의 『장자·소요유』
이해가 현학가 곽상과 상수를 뛰어넘었다는 것; 지도림이 『장자·소요유』에 대해 이야기하자 고관
高官이 떠날 줄을 몰랐다는 일화; 동진의 명사名士들이 모두 지도림의 말과 생각에 관심을 갖고 즐겼
다는 기록; 동진의 간문제簡文帝(321~371~372)가 개최한 재회齋會에서 지도림이 한 가지 해석을 내릴
때마다 모임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만족해했다는 일화; 『유마경』·『성실론』·삼승三
乘·돈오頓悟·십지十地·육가칠종六家七宗 등 불교와 관련된 경전과 술어들이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는 점 등에서 동진시기 불교의 사회적·사상적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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