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18년 8월호 Vol.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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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인도의 인체 표현은 헬레니즘의 영향이 강했던 서북인도인 간다라와
큰 차이가 있다. 인체의 양감을 한껏 살린 표현법을 선호했는데 (사진 3)에
서 보다시피 근육질의 몸이 아니라 둥글둥글하며 탄력적인 신체이다. 둥
굴고 큰 배를 가진 약샤는 인도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재물을 담당하는 재
보신財寶神인 쿠베라Kuber로, 북방을 지키는 방위신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미륵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커다란 배를 가진 포대화상布袋和尙도 쿠베라 모
습과 유사하다.
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의 ‘술취한 약시’는 흥미를 끈다. 앞면과 뒷면에
모두 조각이 된 이 작품은 쿠샨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두 팔을 크게 벌리
고 술에 취한 여신의 모습은 여신이 가진 관능적인 표현과 잘 어우러져 있
다. 특히 풍성한 가슴과 성기를 가리지 않은 채 허리에만 장식이 달린 띠
를 두르고 있는 점에서 한층 관능미는 두드러진다.
다산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약샤와 약시상은 기원전 3세기 이후에는
단독의 조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사리를 봉
안한 불탑을 수호하는 수호신으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탑의 출입문인 탑
문塔門과 탑을 보호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는 난순欄楯에 배치하였다. 불탑
에 수용된 가장 유명한 약시상은 보팔Bopal에 있는 산치Sanchi대탑 탑문의
것인데, 나무 아래에 서 있는 관능적인 여신의 모습은 인도 문화에 대한 사
전 지식이 없다면 상당히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쿠샨제국의 두 황제 비마 탁토와 카니슈카
인간의 형상을 한 불상을 조성하는데 인도 전통의 신인 약사와 약시상
을 만들던 기법에서 자연스럽게 유래했을 것이라는 것이 아난다 쿠마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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