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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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우는 척하지 않아도 되는 가석방들. 이 세상 모든 뒷모습엔 적의敵
           意가 없다. 그리고 이럴 때나 뒤로 보게 된다. 오늘 나도 적지 않은 이들에
           게 앞모습이었겠구나.




             ●
             싸우는 게 힘들어서
             눈을 질끈 감았는데,

             말로 하면 풀릴 것을

             주야장천 박치기네.





             #. 춘성의 ‘팩트폭격(?)’



             불혹不惑을 한참 넘었건만 인생이 그다지 신통치는 않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더 이상 ‘정의’라는

           개념에 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의敵意’를, 술 취한 조물주가 잘못 표기

           한 것이다. 스스로 “청정하다”는 자들은 행여 자신들의 몸이 더러워질 때
           를 대비하여, 항상 입에 걸레를 물고 있다.



                춘성창림(春城昌林, 1891~1977)이 어느 날 전철을 탔다. 객차 안에

                서 ‘불신지옥, 예수천국’ 피켓을 들고 전도를 하던 개신교인이 그
                에게 다가왔다.
                = 운문 선사는 “도道는 똥 막대기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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