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18년 9월호 Vol.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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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당부를 청하는 질문에 고암은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이
런 이야기도 있었다.
= 속히 사바세계로 돌아오시어 어리석은 우리 중생들을 보살펴주소서!
“대도大道는 뒤로 보면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보니까 무문無門이
지요.”
= 아침 식탁에 놓인 고등어 한 마리가 웃는 상이다. “자, 어쩔 테냐.”
집을 나서면 얼굴들이 밀려온다. 모르는 얼굴들의 출근길을 지나면 아
는 얼굴들의 사무실이 나타난다. 늙은 얼굴과 젊은 얼굴이 적절히 배열되
어 있다. 까만 얼굴과 하얀 얼굴은 거의 만날 일이 없는 직업이다. 다들 노
란 얼굴들이고 대부분 노랗게 뜬 얼굴들이다. 사회생활은 먹고살자는 것
이지 같이 살자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남녀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냥 화
장한 얼굴과 화장 안한 얼굴로 나누는 편이다.
나는 성실한 직장인이며 근무 중에는 무성애자가 된다. 나를 좋아하는
얼굴이라면 못생긴 얼굴이어도 좋아한다. 예쁜 얼굴이라 봐야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 얼굴이다. 외근을 할 때에도 나는 묶여 있다. 전국 방방곡곡
에서 웃어주거나 일부러 찡그리면서 뭔가를 기대한다. 내게 살가운 얼굴
들과 적대적인 얼굴들의 난립 속에서, 나는 어떤 얼굴로 서 있는 게 좋을
지 늘 고민한다.
퇴근시간이 되면 또 다시 얼굴들이 밀려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죽상이
고 또한 죽상이었지만,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울상도 어쩌면 하나의 순
박한 얼굴일 수 있는 것이다. 사이사이 멋진 뒤태들이 있는데, 자신들이 그
리 의도하지는 않은 매력이다. 뒤통수에 눈이 달려있지 않아서, 억지로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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