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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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해설 67 - 이문상입 2
너는 내 속으로 나는 네 속으로
서재영 |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이 안에 너 있다!” 몇 년 전에 종영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자신
의 연인에게 했던 말이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연인들의 밀어로 치부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사랑이 가진 속성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 사랑
이 깊어지면 가슴에는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간절한 사랑 때문에 오로지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집중하는 ‘일심一
心’의 상태가 되는 셈이다.
그 때 사랑하는 대상은 밖에 있지 않고 자신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그 때부터 상대가 아프면 내가 아프고, 상대가 잘 되면 내가 행복해진다.
둘을 분리하던 인식의 경계는 사라지고 그야말로 일심동체一心同體의 상태
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이 담고 있는 이치는 사랑하는 연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존재의 본질적 속성을 나타내는 말이
기도 하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제법무애도리 중 첫 번째가 ‘이문상입異門
相入’이었다. ‘네 속에 내가 들어가고, 내 속에 네가 들어오는 것’이 이문상
입의 의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 안에 너 있다’라는 말의 의미는 더
넒은 범주로 확장된다. 내 속에 대지가 있고, 내 속에 바다가 있고, 내 속
에 태양이 있고, 내 속에 바람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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