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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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또한 빛나지 않을 영혼이 어디 있으랴. 죄
다 자기만 빛나고 싶으니까, 남의 빛을 빼앗으면서 번번이 빚지고 사는 거지.
그리하여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사는 것
처럼 참답고 복된 삶이 있을까. 친한 사람끼리는 절대로 동업하지 말아야
한다. 상처는 언제나 그대와 가까운 이들의 몫이다. 산은 물의 윗사람이 아
니므로, 나는 너를 따라야 할 필요가 없다. 물은 산의 아버지가 아니므로,
너는 내가 될 필요가 없다. 우리 사이에 돈이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
렇게 다행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래갈래 찢어진 길을 걸으며 너는 화
성이 되고 나는 금성이 된다. 우리가 따로 떨어져 어디에 있든, 태양은 똑
같이 공평하구나. 볕이나 쬐자.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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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꽃밭 가운데에
돌멩이 하나
친목회 사람들이 실컷 놀다가 심어놓고 간
기념식수 하나
자기만을 위해 사는 자들 속에
자기만으로 사는 자가 있다.
장웅연 1975년생. 연세대 철학과 졸업. 본명은 장영섭. 불교신문에서 일하고 있다. 여러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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