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18년 11월호 Vol.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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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기행 6
어떻게 죽을 것인가
최재목 | 영남대 철학과 교수·시인
슬슬 은퇴를 생각하며 고향에 들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미리미리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는 연습, 친했던 것들과 손을 흔
들고 냉담하게 돌아서는 훈련을 미리미리 해보는 것이다. 슬프다거나 쓸
쓸하다든가 하는 등등의 모든 감정을 청산하고, 조용히 냉담히 떠나는 다
짐과 용기이리라. 허물어지고 사라지는 것들, 퇴락하고 소멸해가는 것들
을 거부하지 않고 그것들과 함께 가며, 오히려 그것들보다 더 앞서가서 바
라보는 연습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흘러가는 사태를 읽고 바라보며 넘
어서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그것 보다 더 위에 서게 되어 한결 초연해지고
평온해지리라. 망각과 종말을 일찍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귀향 … ‘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곳으로
고속도로를 내려서서 시골길로 접어들어 고향이 가까워지면, 70년대
에 나온 ‘흙에 살리라’는 노래가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다. “초가삼간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아기 염소 벗을 삼아 논밭 길을 가노라면/이 세상
모두가 내 것인 것을/왜 남들은 고향을 버릴까〜” 어릴 적 많이 듣고 불
렀던 노래인데, 그게 글쎄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당당히 버티고 있는 이유
는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래 전부가 아니라 ‘아기 염소 벗을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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