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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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진여가 가려지는 것이다. 망념을 떠나면 본래 성품은 청정한
                것인데, 자기 성품이 본래 청정함을 알지 못하고 마음이 일어나
                서 마음의 청정함을 보는 것이니, 도리어 청정과 망령이 생겨난

                다. 망령은 있을 곳이 없다. 그러므로 간看하는 자의 간看하는

                행위는 도리어 망령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정은 모양
                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청정의 모양을 세워 이것을 공부라고 말
                한다. 이러한 견해를 짓는 자는 자기의 본래 성품을 막아 도리

                어 청정에 속박된다.”      3)



             여기서 혜능은 마음은 망령된 것이고 성품은 청정한 것이라고 하여, 마
           음과 성품을 대비시킨다. 그는 망령된 마음을 떠나면 청정한 성품이 있게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은  망념심을 제거하여 청정심에 이른다는

           것이 아니라, 진여에서 비롯되는 청정심을 유지하여 망념심을 차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기에 그는 반성심을 일으켜 이것을 통해 청정심을 보
           려고 하는 것이 망령된 일이라고 주장한다.

             혜능의 입장은 현재적 의식, 곧 ‘지금 여기서’ 작용하는 일념심一念心이

           바로 청정심이므로 반성의식에 의해 일부러 청정심을 보려고 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이다. 그런데 혜능의 이 같은 입장은 수행의 과정을 경시한다는 비
           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는 일상인의 청정하지 않은 마음 상태를 고려하지








           3)  大正新脩大藏經, 敦煌本 『六祖壇經』, T2007_.48.0338c23-c29: “善諸識. 此法門中. 座禪元不著心.

             亦不著淨. 亦不言動. 若言看心. 心元是妄. 妄如幻故無所看也. 若言看淨. 人姓本淨. 爲妄念故蓋覆眞
             如. 離妄念本姓淨. 不見自姓本淨. 心起看淨. 却生淨妄. 妄無處所. 故知看者看却是妄也. 淨無形相. 却
             立淨相. 言是功夫. 作此見者章自本姓. 却被淨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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