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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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 이야기 7



                   칼과 등불의 비유를 넘어선 이야기



                                                  정은해 | 성균관대 초빙교수·철학





              마음은 마음을 보지[看, 見] 못하는가? 일찍이 소승은 칼의 비유를 통해

            보지 못한다고 했고, 대승은 등불의 비유를 통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한

            대목을 찾아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진나의] 『집량론』에서 설명하여, 심과 심소법이 모두 자체를 증

                득하는 것을 현량[현재적 지각]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만약 그렇

                지 않다고 하면, 일찍이 본 적이 없어서 응당 기억할 수 없는 것
                과 같다. 그러므로 4지혜[대원경지, 평등성지, 묘관찰지, 성소작지]에
                상응하는 심품들 하나하나가 역시 자체를 비추어 알 수 있는데,

                어떻게 세간법[소승의 견해]과 차이가 없겠는가? 칼이 자기를 자

                르지 못하고 손가락 끝이 손가락 끝을 만질 수 없기 때문에, 등
                불 등이 자기를 비출 수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어떻
                게 등불 등이 자기를 비추는 것을 알 수 있는가? [등불에] 어둠이

                없음을 [우리가] 현재에 보므로 [등불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만약

                자기를 비추지 못한다고 하면, 응당 [등불에] 어둠의 장애가 있어
                서, 응당 [우리가 등불을] 현재에 보지 못한다. 이로 말미암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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