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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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교수의 제자이자 세계적인 유식연구자인 슈미트하우젠L.Schmithausen
교수는 이 주장을 계승하여 『구사론』, 『유식삼십송』, 『유식이십론』이 동일
하게 경량부라는 부파불교의 사상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고사 바수반두
와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대부분의 일본 학자들은 ‘세친 1인설’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인도에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저작을 남겼을까? 인도에서는
많은 저작을 유명한 학자 한 사람에게 귀속시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
를 들어 베단타학파의 대성자인 샹카라는 300여 권의 저서가 남아 있고,
중관학파의 창시자인 용수도 20여 권의 저술서가 전해집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인도의 풍토를 따라 많은 저서들이 세친 보살 저작으로 둔갑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도인들은 역사적인 기록에 대해 무관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어
느 역사학자는 ‘인도는 역사가 없는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
은 인도가 정말로 역사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대를 정확하게 기록하
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인도인에게 10년, 20년의 차이는 관심의 대상이 되
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붓다조차도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 정확하
게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것에 대해 몇 개의 학설이 전승하지만, 가장
오래된 것과 가장 새로운 것과의 사이에는 100여 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참조해보면 세친 보살의 생존연대와 저작에 대해 정확
하게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세친 2인설’을 주장하는 것도 일
리가 있는 것입니다.
허암 불교학자. 유식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유식삼십송과 유식불교』·『마음공부
첫걸음』·『왕초보 반야심경 박사되다』·『범어로 반야심경을 해설하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마음
의 비밀』·『유식불교, 유식이십론을 읽다』·『유식으로 읽는 반야심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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