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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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해설 68 - 이체상즉異體相卽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서재영 |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화엄종의 사상은 삼라만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법계연기설이 핵

           심을 이룬다. 하늘과 땅이 같은 뿌리이고, 모든 존재들이 한몸이라는 것이

           다. 이렇게 모든 존재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빈틈없는 관계로 짜여 져
           있다면 나는 단지 그와 같은 전체를 구성하는 부품에 불과하고, 세상에는
           거대한 전체로서의 우주만 존재하는 것일까?

             화엄의 연기설을 살펴보면 전체의 관계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개체를 소외시키거나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분이 곧 전체
           이고, 하나의 개체가 곧 전체[一卽一切]라고까지 한다. 따라서 나는 우주를
           구성하는 부품 같은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우주의 중심이고, 우주를

           움직이는 중심축이라는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있어 전체는 하나로

           연결될 수 있고, 거대한 우주의 톱니바퀴는 나로 인해서 비로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체가 곧 전체이고,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개체와

           전체, 나와 우주가 상호 소통하고 자유롭게 전환되는 작용이 필요하다. 화

           엄은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주는 시공을 넘어 서로 연결되어 있
           고, 복잡한 연결망으로 상호작용하며 서로 전환된다고 한다. 법장은 존재
           들이 갖고 있는 그런 상호작용과 전환관계를 ‘모든 존재들이 걸림 없이 소

           통하는 원리’라는 뜻에서 ‘제법무애도리諸法無碍道理’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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