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고경 - 2018년 12월호 Vol.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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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문을 간다’고 할 때, 장례 풍습이 바뀌었기에 조弔 자는 맥락을
           잃어버렸다. ‘조’ 자의 흔적은 없을까. 얼마 전 여수의 초도에 들렀을 때,
           그곳 주민들이 예전 마을 뒷산에 초분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13)
           고 했다.  나는 초분의 모습이 궁금해 그것을 찾아 다시 완도의 청산도로
           향했다. 청산도 초분의 풍습은 사라졌고 그 모형만 남아있었다[사진 1: 청산
           도 초분]. 잘 살펴보니 초분 위에 거꾸로 꽂힌 솔잎이 보였다[사진 2: 청산도 초
           분의 솔가지]. 조문객들이 고인을 위해서, 잘 썩지 않는 솔잎의 기운으로 벌

           레나 나쁜 기운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하나씩 고이 꽂아두는 것이란다. 멧

           돼지 등의 들짐승들로부터 고인의 시신을 보호하기 위해 솔잎만이 아니라
           손바닥만 한 크기의 소나무 가지를 꽂아 두기도 한단다. 어렴풋하게나마,
           나는 여기서 천장天葬의 사인(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13)  초도의 초분에 대해서는 李光圭, 「草島의 草墳- 草島葬制에 관한 一考察-」, 『民族文化硏究』 3, (고려
              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1969) 참조.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바대학에서 문학석사·문학박사 학위 취득. 한국양명학회장·
             한국일본사상사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
             양명」, 「릴케와 붓다」 등 200여 편이 있다. 6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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