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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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팔상도 가운데 세 번째로 등장하는 사문유관은 네 문에서 일
어난 사건이 한 장면에 표현되고 있다. 간다라 불전미술 중에는 남쪽 문에
서 아픈 사람을 만나는 장면이 남아 있다<사진 2>. 야외에서 벌어지는 장
면임을 나타내기 위해 태자의 뒤쪽으로 나무가 묘사되어 있고, 오른쪽에
는 갈비뼈가 앙상한 아픈 사람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수행본기경』의 “하늘 사람이 병든 사람으로 변해 길 곁에 있었다. 몸은
파리하고 배는 컸다”는 내용처럼, 간다라 불전도 속의 유난히 큰 배와 앙상
한 갈비뼈를 드러낸 아픈 사람의 모습은 경전의 내용과 일치한다. 왼쪽의
성문을 나서는 태자의 뒤에는 카필라성을 수호하는 여신이 뒤따르고 있다.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궁중생활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 전 궁중생활에 대해서 『본생경』에서는 다음과 같
이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지 정반왕은 아들을 위해 세 철에 알맞은 세 채
의 궁전[삼시전三時殿]을 지었다. 하나는 9층이고 하나는 7층이며 또 하나는
5층이었다. 그리고 4만의 무희들이 싯다르타 태자를 모시고 있었다. 태자
는 마치 천왕이 천녀들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아름답게 장식한 무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남자가 없는 여자들만이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며 철에
따라 거기에 맞는 궁전에 살고 있었다. 라후라의 어머니인 야소다라는 그
첫째 부인이었다.”
<사진 3>은 싯다르타 태자의 궁정 생활을 표현한 것인데 간다라 불전미
술 속의 궁중생활은 음악과 춤으로 가득 차 있다. 궁전 안 침상 위에는 싯
다르타 태자가 오른손을 들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있으며, 옆에는 아내
인 야소다라가 침상 끝에 걸터앉아 있다. 주위에는 태자를 즐겁게 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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