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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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태자는 출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보살의 길로 접어들었다.
출가부터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룰 때까지의 수행자를 보살이라 부르
는 이유이다. 보살은 마부 찬나와 애마 칸타까를 데리고 성을 넘어 출가의
길로 나섰다. 이때 천신인 사천왕은 말발굽을 받쳐 소리 나지 않게 했고,
애마가 소리를 내어 궁중에 알리려 하자 천신들이 소리를 흩트려 모두 허
공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각 경전에서는 전한다. 보살은 말에 올라 성문을
나가는데 여러 하늘·용·신神·제석·범천·사천왕이 모두 즐거워하며
인도하고 따르면서 허공을 덮었다고도 한다.
초기부터 불교도들은 부처님 일대기 가운데 출가 장면을 중요시 여겨
미술로 남기고 있다. 간다라의 로리안 탕가이에서 출토된 「싯다르타 태자
의 출가」 장면은 먼저 성문을 나오는 보살이 개선·입성·행진하는 로마
황체처럼 오른손을 든 채 말 위에 앉아 출가를 단행하고 있다<사진 4>. 대
부분의 불교 경전에서는 보살이 출가할 때 말발굽의 소리를 잠재우기 위
해 네 발을 사천왕이 받쳤다고 하지만, 실제로 간다라 불전도에서는 사천
왕 대신 두 명의 약샤Yaksha가 애마의 발을 받치고 있다. 마부 찬나는 햇
빛 가리개인 일산을 들고 보살의 뒤를 따르고 있으며, 마부 위에는 보살의
호위 임무를 맡은 금강역사가 두 손으로 몽둥이 형태의 금강저를 들고 호
위하고 있다. 이제 정각을 향한 위대한 출발이 시작되었다. 새해를 맞아 눈
부신 해가 떠오른 것처럼.
유근자 「간다라 불전도상佛傳圖像의 연구」로 문학박사학위 취득,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 강원
도 문화재전문위원. 저서에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연구』, 공동 저서로 『치유하는 붓다』·『간다
라에서 만난 부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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