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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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독송을 위한 경전의 경우는 한 글자 한 글자를 화두 삼아 씨름해야 할
            것입니다. ‘독송용 우리말 경전’으로 가장 앞선 이력을 가진 조계종 표준

            『반야심경』의 한 부분을 보겠습니다.



                “사리자여! 모든 법은 공하여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더럽
                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늘지도 줄지도 않느니라.”




              문장 차원에서는 문제 삼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위 인용문의 ‘법法’은
            삼법인의 하나인 ‘제법무아諸法無我’의 ‘법’과 같은 것으로, 부처님의 ‘가르
            침’이나 연기의 도리와 같은 ‘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를

            의미합니다. 과연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사람들도 그렇게 이해할

            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물론 위 번역문의 ‘법’도 ‘존재’라는 의
            미를 포괄하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독
            송용 경전이라면 마땅히 ‘해석’이라는 두뇌의 ‘번역’ 과정 없이 곧장 마음

            으로 다가가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할 말이 더 있지만 지면 관계상 이쯤 하겠습

            니다.)


              머릿속에서 번역하지 않아도 되는 「예불문」




              지금은 고인인 제 어머니는 생전에 『천수경』 독송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
            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드는 한 가지 의문은 어머니께서 과연 경의 내용까
            지 즐겼을까 하는 것입니다. 살아 계실 때는 차마 여쭈어 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 형편이었고 한편으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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