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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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자아自我’를 찾는 과정은 배포를 기르는 힘과 직결돼 있다. ‘나는 누구인
           가?’라는 화두 하나만으로도 우주에 닿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설

           봉 화상이 수시한 법어에 이 오묘한 뜻이 들어 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

           면 우주의 조화造化 역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게 된다. 따라서 설봉 화상
           은 정진에 정진을 거듭할 것을 수행자들에게 권면勸勉하고 있는 것이다.
              심약心弱하고 소심小心한 사람은 큰 일을 이루기 어렵다. 싯다르타는 왕

           궁에서 탈출한 첫날 칠흑같이 어두운 숲으로 들어갔다. 독충과 맹수가 있

           을 어둠의 숲에서 사색의 밤을 지새웠다. 궁궐의 휘황찬란한 빛의 세계에
           서 목숨을 위협하는 캄캄한 어둠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보통 배
           포로선 불가능하다. 이러한 배포가 있었기에 싯다르타는 마침내 무상정등

           각無上正等覺을 성취했다. 그리하여 여래如來의 지위에 선 부처님은 제자들

           에게도 두려움이 없는 삶을 강조하셨다. 두려움이 없는 삶이란 주저하거
           나 낙오하지 않는 삶을 말한다. 두려움이 없으므로 후퇴하는 일 또한 없다.
           불퇴전不退轉의 삶인 것이다.

             글로벌 시대 글로벌 인재는 이렇듯 배포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먼저

           뚜벅뚜벅 앞장 서 걸으면 많은 이들이 그의 뒤를 따라 우르르 몰릴 것이다.
           법란 시대에도 불구하고 설봉 화상의 산문山門에 언제나 1천 5백여 명 이
           상이 운집했듯이 사람들은 두려움 없는 인물을 좇는다. 북을 두들겨 진군

           하자. 배포 큰 삶으로 나아가자. 부처님은 우리에게 두려움 없는 삶을 살

           라고 가르치셨다.




             김군도   자유기고가. 선시 읽는 법을 소개한 『마음의 밭에 달빛을 채우다』를 펴내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오도송에 나타난 네 가지 특징」·「호국불교의 반성적 고찰」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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