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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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가 대나무를 사랑하는 이유는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으며, 풍상을
           겪을수록 절개가 더욱 굳어지고, 세월이 흐를수록 텅 비는 그 자태가 그렇
           게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달빛을 받아 맑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바람이

           불면 범음을 전하는 고고한 자태가 주위의 풍광과 조화를 이루며 빚어내

           는 아름다움은 가히 선경의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가장 아름답게 본
           대나무의 자태는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다는 의인화는 대나무의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부여함과 동

           시에 수행자의 차갑고 맑게 깨어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 무릇 수행자는 이

           처럼 어떠한 경계에 처해서도 항상 맑고 투명한 성성적적의 정신으로 깨
           어 있는 대나무와 같은 곧은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선가에서 수행은 면벽참선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다

           깨침의 문이며, 일상생활 그 자체가 바로 도임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면

           에서 선다일여禪茶一如 혹은 선다일미禪茶一味라 하여 ‘각성’을 의미하는 차
           는 수행자의 삶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고불 조주 스님이
           두 납자의 참문에 “차 마시고 가게나[끽다거喫茶去]” 한 이후, ‘끽다거’는 유명

           한 화두가 되었다.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본래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평상심에의 회귀요, 또 무심하게 마시는 차 한 잔에도 자기 자신을
           늘 반조해보라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혜심이 한 잔의 차로 번뇌의
           열기를 식하고, 마음을 맑히며 선정바라밀에 드는 장면은 다음의 시에서

           한결 극화되고 있다.



                소나무 뿌리에서 이끼를 털어내니
                돌구멍에서 신령한 샘물이 솟아오르네

                상쾌하고 편안함 쉽게 얻기 어렵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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