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19년 1월호 Vol.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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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하지 못해 마음을 잘 갈무리 못하는 사람은 자칫 마음의 농간에 흔
            들릴 수 있음을 경책하고 있다. 선사는 그것을 마음과 짝한다고 비유하고

            있다. 마음과 짝하지 않고 마음조차 비워버릴 때, 즉 무심할 때 실로 ‘마음’

            은 편해진다는 것이다. 이때의 무심은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이라기보다
            는 ‘마음에 끌려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혜심은 무릇 수행자는
            항상 마음을 맑히고 묵언수행 정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 전형적인

            시가 「시료묵示了默」이다.



                마음을 항상 맑고 밝게 하고 입은 항상 다물라
                어리석은 자와 도반을 하면 도를 얻을 것이니라

                송곳 끝 날카롭되 튀어나오지 않게 하면

                한 소식 전하는 진정한 수행자니라.
                心常了了口常默  且作伴痴方始得
                師帒藏錐不露尖  是名好手眞消息

                                                 - 「시료묵示了默」



              진정한 수행자의 마음은 언제나 새벽같이 깨어있어야 함을 묘파하고 있
            다. 이것과 저것이 서로 다름은 언어에 의한 허상이므로 ‘항상 입을 다물’고

            침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침묵이 무지의 산물이 아님을 새벽같이

            맑고 밝게 깨어있는 것으로 역설한다. 따라서 ‘어리석은 자’는 무명에 가려
            진 천치가 아니라, 언어분별의 늪에 빠진 겉똑똑이 문사가 아닌 사람을 의
            미할 수 있다. 그런데 언외지의言外之意의 진리를 말로 가르치려다 보면 말

            로서만 그 모두를 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혜심은 피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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